체코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프라하나 체스키 크룸로프 같은 유명 관광지를 먼저 떠올립니다. 그러나 체코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욱 진짜 체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숨은 보석 같은 도시들이 있습니다.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, 중세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평온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들. 이번 글에서는 그런 숨은 명소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3곳, 텔치, 쿠트나호라, 즈노이모를 소개합니다. 이들 도시는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, 고딕 예술, 와인 문화 등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있어 감성적인 여행자나 유럽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.
텔치 – 유럽의 회화 속 마을
체코 남부에 위치한 텔치(Telč)는 마치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을 간직한 도시입니다. 텔치는 작은 도시지만 그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, ‘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을 가진 도시’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유명합니다. 텔치의 중심은 바로 르네상스 양식의 광장입니다.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고, 각 건물마다 고유의 문양과 장식이 있어 마치 유럽 회화 속 마을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. 광장 중심에는 분수와 오래된 기념비가 있으며,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광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힐링이 됩니다. 이외에도 텔치 성은 꼭 방문해야 할 명소입니다. 16세기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진 이 성은 내부 장식이 화려하고,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. 성의 뒤편에는 작은 호수가 있어 산책이나 사진 촬영을 즐기기에 좋고,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도는 것도 좋은 코스입니다. 텔치는 프라하에서 버스로 약 3시간 정도 소요되며, 소도시 특유의 조용함과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커플이나 감성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. 관광지로서 과도하게 개발되지 않아 체코의 본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진정한 ‘숨은 보석’입니다.
쿠트나호라 – 은광의 도시에서 고딕의 정수를 만나다
프라하에서 약 1시간 반 거리의 쿠트나호라(Kutná Hora)는 한때 체코에서 프라하와 함께 가장 번성했던 도시입니다. 중세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은광이 있었고, 이로 인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웅장한 건축과 예술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.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도시로, 특히 고딕 양식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. 쿠트나호라의 대표 명소는 단연 성 바르바라 성당(St. Barbara's Cathedral)입니다. 이 고딕 양식의 대성당은 프라하의 성비투스 대성당에 버금가는 웅장함과 섬세함을 자랑합니다. 내부에는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석조 조각들이 가득하며, 고딕 예술의 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. 또 하나의 독특한 명소는 세들레츠 납골당(Sedlec Ossuary)입니다. 이곳은 수천 개의 사람 뼈로 장식된 작은 교회로, 무섭기보다는 경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. 인간 존재와 죽음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이 공간은 체코 여행에서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. 이외에도 은광 박물관, 중세 지하 갱도 투어, 역사적인 시청 건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, 도심 전체가 중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.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가능하지만, 여유 있게 1박 2일을 추천합니다.
즈노이모 – 와인과 자연이 어우러진 체코 남부의 보석
즈노이모(Znojmo)는 체코 남부,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 위치한 소도시로,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명소입니다. 특히 모라비아 지방의 와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자연, 역사, 미식이 조화를 이루는 체험 중심의 여행지로 손꼽힙니다. 즈노이모는 언덕 위에 위치한 도시로, 구시가지에서 내려다보이는 디예 강 계곡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엽서처럼 아름답습니다. 도시 중심에는 즈노이모 성, 고딕 양식의 성 니콜라스 교회, 중세 타워 등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여유롭게 도보 여행하기에 좋습니다.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즈노이모 와인 축제(Znojemské historické vinobraní)입니다. 매년 9월에 열리지만, 봄과 여름에도 다양한 와이너리를 방문해 지역 와인을 시음할 수 있습니다. 체코 와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이 매우 높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와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입니다. 또한 즈노이모는 표드지(Podyjí)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어 하이킹, 자전거 투어, 자연 관찰 등 생태 관광을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. 관광객이 적어 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며,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도시입니다.
텔치의 화려한 르네상스 광장, 쿠트나호라의 깊이 있는 역사와 고딕 예술, 즈노이모의 와인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. 이 세 도시는 체코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. 유럽에서 조금은 색다른 여정을 원한다면, 북적이는 관광지를 벗어나 이런 숨은 명소들을 찾아 떠나보세요. 이 글에서 소개한 곳들은 소규모 여행자, 감성 여행자, 예술과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특히 어울립니다. 체코는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지역 곳곳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라입니다. 진짜 유럽, 진짜 체코를 만나고 싶다면 이 세 도시를 여행 계획에 담아보세요. 분명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것입니다.